
아이를 키우다 보면 부모의 마음이 덜컥 내려앉는 순간이 있습니다. 순했던 아이가 어느 날부터 사춘기 아이처럼 눈을 부릅뜨고 반항하듯 화를 내거나, 동생과 놀면서 자꾸만 '아기 역할'을 자처하며 부모의 사랑을 갈구할 때가 바로 그렇습니다.
저 역시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며 수많은 기질의 아이들을 만나왔지만, 집에서 마주하는 첫째 아이의 날 선 감정 표현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엄마일 뿐이었습니다. 특히 어릴 때부터 옷의 감촉 하나에도 예민했던 아이였기에, 혹시나 이런 말투와 행동이 학교생활에 지장을 주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결국 저는 아이의 마음을 더 정확히 들여다보기 위해 발달센터를 찾아 '기질검사(TCI)'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1. TCI 기질검사, 왜 필요했을까?
TCI는 아이의 타고난 '기질'과 후천적으로 형성된 '성격'을 함께 분석하는 도구입니다. 제가 센터를 찾은 이유는 아이의 행동을 단순히 '버릇없음'으로 치부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감각이 예민한 아이들은 남들이 느끼지 못하는 작은 자극에도 쉽게 피로감을 느끼고, 그 피로감이 '분노'나 '짜증'으로 표출되기도 합니다. 검사를 통해 아이가 세상을 얼마나 민감하게 느끼는지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나니, 아이의 부릅뜬 눈 뒤에 숨겨진 '불안함'과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비로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2. "엄마, 나도 아기 하고 싶어" – 첫째의 SOS
17개월 차이 연년생을 키우며 첫째는 늘 동생에게 부모의 손길을 양보해야 했습니다. 동생과 놀이할 때조차 "동생이 엄마 해, 나는 아기 할게"라고 말하는 아이의 모습은, 부모의 온전한 사랑을 독차지하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간절한 소망이었습니다.
어린이집 현장에서도 이런 아이들을 자주 봅니다.
동생이 생긴 첫째들은 퇴행 현상을 보이거나 공격적인 말투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는 나쁜 아이라서가 아니라 "나 여기 있어요, 나도 좀 봐주세요"라는 사랑의 갈구인 경우가 많습니다.
3. 예민한 아이의 날 선 말투,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학교생활이 걱정될 만큼 화를 내는 말투를 보일 때, 제가 선택한 방법은 훈육 이전에 '기질의 인정'이었습니다.
- 감정의 언어화: 아이가 눈을 부릅뜰 때 "어디서 눈을 그렇게 떠!"라고 맞서기보다, "지금 마음속에 화가 아주 크게 났구나. 어떤 부분이 속상했는지 엄마가 들어줄게"라고 감정을 먼저 읽어주려 노력했습니다.
- 일대일 데이트 시간: 단 20분이라도 동생 없이 첫째와만 오롯이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이가 '아기'가 되고 싶어 할 때 충분히 아기처럼 안아주고 사랑을 표현해 주는 것이 아이의 정서적 허기를 채워주는 지름길이었습니다.
- 환경의 편안함 제공: 옷의 감촉에 예민한 아이를 위해 아이가 편안함을 느끼는 소재를 선택하게 하고, 감각적인 자극을 줄여주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신경질적인 반응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4. 기질은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입니다
TCI 검사 결과는 아이를 규정하는 도구가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 아이는 이런 지도를 가지고 태어났구나'를 알려주는 나침반과 같습니다. 예민한 아이는 남들보다 세상을 더 풍부하고 섬세하게 느끼는 아이이기도 합니다.
부모인 저부터 아이의 기질을 이해하고 나니, 아이의 반항적인 태도가 '공격'이 아닌 '방어'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 "원래 그런 아이"라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기질을 가졌으니 이런 도움이 필요하겠구나"라고 양육의 방향을 수정할 수 있었습니다.
글의 마지막에서..
아이의 기질 때문에 밤잠 설쳐가며 고민하고 계시는 부모님들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센터를 찾고, 검사를 고민하고,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에 가슴 아파하는 그 마음 자체가 이미 아이에게는 가장 큰 사랑입니다.
내가 이렇게 하는 것이 유난이고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드는 것은 아닐까 걱정되기도 하실 거예요. 저 역시 그런 고민을 많이 했었지만 기질검사를 통해 아이의 기질에 대해 알고 아이에게 어떤 양육방식을 통해 양육을 해주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알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완벽한 엄마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아이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그 과정 속에서 아이는 조금씩 단단해질 것이고, 부모인 우리도 함께 성장해 나갈 테니까요.
아직도 통잠을 못자고 옆에 엄마가 있는지 더듬어가면서 제 손을 잡고 자는 예민해서 저도 아이에게 짜증을 내며 잠 좀 자자고 할 때도 있지만 한숨 돌리고 보면 아직도 엄마 아빠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그저 아기 같은 '보석 같은 아이'라고 생각하며 오늘도 "사랑해" , "엄마 아빠의 최고 보물이야"라고 이야기해 주며 한 번 더 안아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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